강사법과 대학의 현재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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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균관대분회 작성일19-11-30 19:17 조회3,793회 댓글0건본문
안녕하세요 매주 화요일 화요 칼럼을
저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금요일에 업데이트합니다.
5. 미흡한 지점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에 참여했던 각 주체는 자신들의 입장을 조금씩 양보하여 타협을 이루어내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개정강사법’과 시행령 및 매뉴얼이 만들어져서 이제 8월 1일부터 대학 현장에 적용될 것이다. 그런데 협의회의 합의 내용 중에서도 실현되지 못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실현되는 것들이 있다.
당초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에서 방학 기간에 임금을 지급한다고 합의하였으니, 강사들은 강의 기간에 받던 강의료 수준으로 방학 내내 임금을 받든가, 별도로 정한 정액으로라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런데 방학 중 임금을 정부 재원으로 마련하여 강사법 초기 정착을 돕겠다고 나섰던 교육부가, 정부 내 기재부의 감액과 국회 내 자유한국당의 감액을 거쳐 최초 기획 예산보다 대폭 삭감된 288억원을 확보하였다. 이것은 전체 강사의 강의료 기준으로 2주치 정도에 해당한다. 이때, 추가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으니 우선 대학이 나머지 예산을 확보하라고 하면 그나마 괜찮았을 텐데, 교육부는 개강 전 강의 준비에 1주일과 종강 후 성적 평가에 1주일을 기준으로 강사들의 방학중 임금 2주치를 설정했다고 선언해버렸다. 대학들이 강사들의 방학 중 노동을 축소 절하할 잘못된 방향을 제시한 것이 되어버려서, 대단히 아쉬운 지점이다.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의 당초 합의 사항에는 강사들이 직장건강보험과 퇴직금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개선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권고는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1개월에 60시간 미만, 1주일에 15시간 미만 노동자는 직장건강보험과 퇴직금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주당 강의시간이 여기 미치지 못하는 강사들이 제외 대상인 것으로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들이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사들의 노동은 강의실에서 시작하지도 강의실에서 끝나지도 않는다. 방학 중 강의계획 수립 노동, 프리젠테이션과 강의록 작성 등 강의 준비 노동, 강의실에서의 강의 노동, 강의 전후 학생 질문에 응대하는 상담 노동, 종강 후 평가 노동 등을 고려하면 주당 시수의 5~6배는 추가된다. 사법부의 판례에서도 강의 시수의 3배 가량을 노동 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특수한 노동 환경을 무시하고 건강보험과 퇴직금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은, 행정부의 인식이 사법부의 판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에서 충분히 예견했으나, 적절한 대응의 시기를 놓쳐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
강사법이 논의되기 시작한 2011년부터 강사법이 가시화되는 2019년까지 대학들은 비용 부담과 행정 부담을 거론하면서 강사들을 대량으로 해고하고 강좌를 대규모로 감축하였다. 그 결과 학부생들은 수업권을 박탈당하고, 전임교원들은 초과 강의를 강요당하며, 대학원생들은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대학 당국이 강사법을 핑계로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것은 대학 구성원 전체를 절망으로 몰아가는 자기 파괴 행위이다. 강사들은 교수들의 1할에도 못 미치는 강의료를 감수하며 생존의 벼랑끝에 서서 강좌의 절반을 감당하고 있었다. 비인간적 착취가 조금이나마 완화되리라는 희망을 품던 강사들은 이제 자존심을 잃고 모든 것을 잃어가고 있다.
대학들은 이 구조조정의 핑계로 강사법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대고 있다. 과연 비용의 문제인가. 강사법에 따른 강사 임금 추가 비용은 아무리 크게 잡아도 현재의 1/4 이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대학에 부담이 될 액수가 되려면 대학에서 현재 부담하고 있는 강사 임금의 규모가 컸어야 한다. 그러나 대학 전체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작았기에 이 정도 인상이 대학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형 사립대의 경우 기존 강사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2~3%대였으니, 추가 비용을 아무리 크게 잡아도 1% 이하이다. 정부가 강사법 정착을 위해 시행 초기에는 예산을 투입하기로 약속하기까지 하였으니, 그 기간에는 대학의 부담이 더욱 경감될 것이다. 사립대학 전체 적립금이 8조원에 이르고, 수도권 대형 사립대학의 연간 예산은 수천억원 대이다. 이 정도 조건에 재정이 나름대로 탄탄한 대학들마저 비용을 핑계로 댄다면, 그것은 경영능력 부족이나 도덕성 파탄의 토로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행정 부담을 핑계대기도 한다. 강사와 겸초빙 등을 공개채용 해야 하므로 행정 부담이 가중된다는 논리를 편다. 그동안 자의적으로 고용하고 활용하던 사람들을 공채를 통해 고용하기 위해서는 일정정도 행정력이 추가 투입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것은 대학 운용의 합리화를 위해 당연히 투자해야 하는 부담이다. 게다가 행정 부담은 작은 핑계에 불과하다. 더 큰 부담은 교원이 된 강사들이 대학 내에 교원으로서의 권리 요구에 대한 기대 부담일 것이다. 대학 구성원이 대학 내 의사 결정 과정에 하나의 주체로서 민주적 원칙에 의해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강사들이 교원으로 인정된다면 그만큼 발언권을 더 요구할 확률이 높다. 대학은 이런 시나리오를 예상하며, 강사 등 비정규직교수를 대학의 한 주체로 인정하지 않아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그러고 싶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개정강사법은 비정규교수 중에 강사만 교원으로 인정하고 겸초빙 등은 교원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특히 초빙교원은 특수교과에 제한되어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이 규정을 어기고 건강보험과 퇴직금 등의 추가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강사 대신 초빙교원을 쓰겠다는 일부 사립대학의 입장을 보면, 행정 부담이라는 핑계에서는 교원으로 인정하게 되어 겪게 될 대학의 민주화와 평등화를 회피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이밖에도 현재 대학들이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개정강사법 회피 시도들 중에 몇 가지 꼽아볼 만한 것들이 있다.
개정강사법은 기존의 계약 기간에 대한 유예 기간을 인정해준다. 강사법 시행 이전에 계약을 한 강사들에게는 개정강사법에 의한 교원 지위를 보장해주지 않아도 된다. 이 허점을 노리고, 어느 사립대에서는 지난 1학기에 기존 강사들에게 1~3년 기간의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제하였다. 다른 어느 사립대학은 겸초빙도 고등교육법에 의해 일정한 제한을 가진 점을 회피하기 위해, ‘초빙대우교수’라는 새로운 비정규교수 명목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또 다른 어느 사립대학은 2019년 1학기 강사 강좌를 절반으로 줄였는데, 2학기에 다시 절반으로 줄여, 전전학기에 비하면 1/4 수준으로 만들었다. 대학 본부는 줄일 의지가 없었는데 수요조사를 하니 각 학과에서 강사 강좌에 대한 수요가 줄은 것으로 판단되어 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책임 소재를 학과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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